[여미옥의 세계뮤지엄 탐방] (24) 보르게세 미술관

[여미옥의 세계뮤지엄 탐방] (24) 보르게세 미술관

[여미옥의 세계뮤지엄 탐방] (24) 보르게세 미술관

 

세밀한 조각의 아름다움에 ‘흠뻑’

 카라바조 ‘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1593~1594년)
▲ 카라바조 ‘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1593~1594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보르게세 미술관’은 로마에서 두 번째로 큰 공원인 보르게세 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어요. 미리 예약을 해야만 관람이 가능한데요. 관람 인원은 물론이고 관람 시간도 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차분한 분위기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보르게세 미술관의 작품 대부분은 시피오네 보르게세 추기경이 수집한 것입니다. 라파엘로, 카라바조, 바사노, 루벤스의 그림도 볼 수 있고, 특히 고대 조각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요. 시피오네 보르게세가 좋아했던 베르니니(1598~1680년)의 조각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듯 세밀하게 표현돼 있어 조각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답니다.

베르니니의 작품 중에서 오늘은 다비드(David)상을 소개하고 싶어요. 혹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나요? 이 작품은 다윗(David)이 적에게 온 힘을 다해 돌을 던지려는 찰나를 표현하고 있어요. 몸을 비트는 자세를 통해 근육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윗의 표정에서 우직한 믿음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어요.

베르니니는 다비드의 얼굴을 통해 자신의 초상화를 남겼어요. 이는 자신의 예술적인 천재성을 과시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신의 기술을 거대 다비드상을 남긴 미켈란젤로의 그것과 겨루기 위함이기도 해요. 베르니니의 조각은 진짜 사람 같아서 만지면 체온이 느껴질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회화 부문에서는 카르바조의 ‘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이 눈에 띄었어요. 빛과 어둠 사이에서 균형이 잡힌 소년의 모습, 그리고 과일 바구니의 사실적인 묘사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익은 정도에 따라 누렇게 변해가는 과일, 벌레가 뜯어 먹은 흔적이 있는 잎들의 모습도 무척 자연스러웠어요.

보르게세 미술관은 타 미술관보다 관람객에게 제약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카메라 반입 금지는 물론 휴대폰, 가방도 소지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볼거리가 많은 미술관이라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어요. 베르니니의 조각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미술관을 관람한 후 보르게세 공원을 산책했어요. 끝없이 펼쳐진 고목들의 행렬을 보며 ‘참 오래된 공원이구나’라고 느낄 수가 있었어요. 나무와 나무가 어우러지고 작은 꽃잎들이 반겨주는 그 길을 걸으며 모처럼 여유를 즐겼답니다.

 보르게세 미술관 전경.
▲ 보르게세 미술관 전경.

>>보르게세
미술관(Galleria Borghese)

주소: Piazzale del Museo Borghese
5, 00197 ROMA

입장시간: 8:30~19:30

휴관일: 월요일, 1월 1일,
12월 25일

공식사이트: www.galleriaborghese.it

공동기획
| 소년조선일보·홍선생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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